
11월 4일, 중간선거 결과가 뚜렷해졌다. 민주당은 상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했고, 하원에서도 과반 기준인 218석을 넘어섰다. 텍사스주에서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상원의원이 당선됐으며, 캔자스주에서는 1932년부터 이어져 온 기록이 깨졌다.

국제 유가는 이날 급격한 반응을 보였다. 브렌트유 1월물 가격은 장중 최대 10% 하락해 2개월 만의 최저치인 93.22달러를 기록한 뒤 약 8.7% 하락한 94.6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12월물은 장중 최저 87.13달러까지 하락했으며, 8.3% 내린 88.12달러에 마감했다. 이 주 들어 첫 3거래일 동안 국제 유가는 이미 17% 넘게 하락한 상태였다.
매도세를 촉발한 계기는 분명했다. 밴스 부통령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 원인으로 미국·이란 전쟁을 지목하자, 시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외교적 해결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했다. 민주당은 의회를 장악하면서 백악관을 압박할 정치적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게 됐다. 한편, 카타르 중재단은 테헤란과 도하를 오가며 중재에 나섰고, 미국과 이란 양측은 중재단이 제시한 새로운 제안을 검토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공개적으로 “이란은 가능한 한 빨리 합의에 도달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급락을 이해하려면 시장 심리가 하나로 뭉뚱그린 두 가지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과 원유 공급이 회복되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다.
11월 4일 이전까지 유가에 반영된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속적인 통항 차질과 페르시아만의 공급 차질을 반영하고 있었다. 브렌트유는 10월에 14% 상승하며 6개월 만의 최고치로 그달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선거 이후 분쟁이 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었다. 골드만삭스는 11월 1일 리서치 보고서에서 시장이 11월 3일 선거 이후 미국·이란 분쟁이 격화할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선거 결과가 확정되자 분쟁 격화라는 꼬리위험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전쟁이 더 빨리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가 대신했다. 위험 프리미엄의 방향은 하룻밤 사이 뒤집혔다. 급락 직전 골드만삭스는 12월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90달러에서 105달러로 상향하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에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전망은 11월 4일 이후 점차 시장의 흐름과 동떨어져 보였지만, 매도세에 가려진 한 가지 사실을 부각했다. 유가 상승을 이끌던 구조적 공급 제약에는 선거 결과로 인한 물리적 변화가 전혀 없었다는 점이다.
유가는 정치 뉴스만으로 하루 9% 하락할 수 있지만, 같은 뉴스가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통항량을 하룻밤 사이에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Breakwave Advisors의 11월 3일 보고서는 이를 가장 명확한 수치로 제시했다. 10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 물동량은 일평균 약 1,170만 배럴로, 9월의 980만 배럴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 수준인 1,450만 배럴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나 파이낸스가 인용한 통항 자료에 따르면, 해협 통과 선박 수의 10일 이동평균은 하루 약 20척으로 감소해, 10월 초 기록한 25~27척과 전쟁 이전 수준인 100~120척을 크게 밑돌았다.
11월 초 지표는 더욱 악화했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추적 기록에 따르면, 기뢰 폭발과 상선에 대한 무장 공격 이후 해협 통과 선박 수는 10월 31일 25척에서 11월 1일 단 3척으로 급감했다. 별도의 업계 자료에 따르면, 최근 며칠간 원유 수출량은 분쟁 이전 수준의 45%에 그쳤다.
유조선 시장의 구조적 제약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 중동 지역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톤마일은 여전히 2025년 수준보다 34% 낮았고, 톤데이는 전쟁 이전보다 24% 낮았다. 약 80척의 VLCC가 계속해서 오만만에서 왕복 운항을 이어갔으며, 평균 왕복 항해 기간은 23일까지 늘어나 최적 기간인 9~10일을 크게 웃돌았다. 선주들은 페르시아만 진입이 포함된 용선 계약을 꺼렸고, 이로 인해 가용 해상 운송 능력이 사실상 제한됐다.
이러한 수치는 모두 같은 결론을 가리킨다. 해협 통항 능력은 10월에 개선됐지만, 공급 정상화를 가격에 반영하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 느렸다. 11월 4일 하락은 공급이 이미 회복됐다는 현실이 아니라, 향후 공급 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미국·이란 협상은 분명 진전되고 있지만, 그 진전의 정도는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 11월 3일 카타르 외무부 대변인은 양측 대화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며, “미국과 이란 모두 중재 절차에 계속 전념하고 있으며, 중재단이 제시한 제안들을 면밀히 연구하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나온 발언 가운데 가장 긍정적인 표현이었다.
그러나 합의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은 여전했다. 이란은 앞서 7가지 조건을 담은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 핵심적인 교환 조건은 명료했다. 미국이 이란 항구 봉쇄를 해제하고,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제재를 유예하며 새로 부과한 제재를 철회하면, 그 대가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란은 이후 카타르를 통해 미국의 답변을 받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이 최근 제시한 “이틀 계획”은 기존 7단계 제안을 이틀 일정으로 압축한 것이다. 첫째 날에는 미국이 봉쇄를 해제하고 원유 제재를 유예한다. 둘째 날에는 이란이 해협을 재개방하고 해상 운송을 복원한 뒤, 다른 현안에 대한 추가 협상을 진행한다. 이 구조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국의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란은 미국이 행동한 뒤에야 조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러한 “먼저 대가를 지불하고, 나중에 받는” 방식을 수용할지가 협상의 돌파구 마련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다.
한편, 군사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케슘섬을 공격했으며, 미국 정부는 이를 이란의 상선 공격에 대한 “방어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는 선거 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중간선거 직후 이란을 공격할 것을 촉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에 더 많은 시간을 주기를 원했다. 협상과 군사적 압박이 병행되고 있지만, 이처럼 “싸우면서 협상하는” 상황 자체가 공급 차질의 꼬리위험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OPEC+는 11월 1일 회의에서 핵심 7개 산유국의 12월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9~11월에 설정된 수준과 동일하다. 이로써 OPEC+는 3회 연속 회의에서 다음 달의 생산 목표를 동결했다. 주요 산유국들은 4월부터 9월까지 매달 생산량을 늘리다가 10월에 증산을 중단했다. 다음 회의는 11월 29일로 예정돼 있다.
이는 정치적 기대감으로 유가가 급락하는 동안, 그 하락 폭을 설명하거나 뒷받침할 추가 공급은 없었다는 뜻이다. OPEC+는 생산량을 늘리지 않았고, 해협 통항량도 정상화되지 않았으며, 페르시아만의 공급 제약도 해소되지 않았다. 유가 하락은 전적으로 수요 측 기대 변화에서 비롯됐다. 시장은 향후 원유 공급이 더 풍부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격에 다시 반영하고 있었다.
Breakwave의 보고서는 이러한 가격 반영 방식에 대해 주목할 만한 평가를 제시했다. 미국과 이란이 외교적 합의에 도달하더라도, 과거 이러한 합의가 대체로 “단명”했던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가격 하향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것이다. 전 세계 재고가 극도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분쟁 이전의 공급 완충 여력이 사라졌고, 시장은 공급 차질에 이례적으로 취약해졌다. 재고가 충분히 재확충될 때까지 위험 프리미엄은 지속될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전쟁을 끝내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의회를 장악하면서 이제 소환장 발부, 청문회, 예산 심사 등 백악관을 압박할 수단을 확보했다. 밴스 부통령이 선거 패배의 원인을 전쟁으로 돌린 것 자체가 하나의 신호였다. 전쟁은 더 이상 정치적 자산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란은 합의를 원한다”고 말한 것도 이란의 이전 제안을 거부했을 당시의 입장과는 달랐다.
군사적으로는 이스라엘의 입장이 여전히 독립적인 변수로 남아 있다. 선거 전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 직후 이란을 공격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안보 목표와 합의를 통해 전쟁에서 벗어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 사이에는 긴장이 존재한다. 이스라엘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일방적인 확전을 선택한다면, 해협을 통한 공급 차질이 다른 형태로 재발할 수 있다.
실물 측면에서 회복에는 시간이 걸리며, 시간 자체가 위험 요인이다. 향후 몇 주 안에 합의가 체결되더라도, 해협 통항량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복원하고, 극도로 낮아진 전 세계 재고를 재확충하며, 선주들이 다시 페르시아만에 진입할 의향을 갖게 되기까지는 며칠이 아니라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6월에 중동 지역 생산 능력의 80%가 12월에 이르러서야 회복될 수 있으며, 시장은 2027년에 공급 과잉으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일정은 이제 재평가가 필요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실제 공급 회복은 정치적 신호보다 뒤처지는 반면, 11월 4일 유가는 이러한 정치적 신호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었다.
11월 4일 급락은 기대가 가격에 빠르게 재반영된 결과였다. 중간선거 결과는 “전쟁 격화”라는 꼬리위험을 제거하고, “조기 종전”을 향한 정치적 동력을 더했다. 시장은 하루 8% 넘는 하락을 통해 이 변화를 반영했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 흐름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가정에 의존한다. 정치적 의지가 실행 가능한 합의로 이어지고, 그 합의가 공급 차질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하기 전에 발효될 수 있다는 것이다. 10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일평균 1,170만 배럴의 원유 물동량, 11월 초 하루 통과 선박 수가 단 3척으로 급감한 상황, 선주들의 페르시아만 진입 기피로 인한 운송 능력 제약, OPEC+의 생산량 동결 결정, 그리고 전 세계 재고의 완충 여력 소진까지, 이러한 실물 시장의 현실은 선거 결과로 인해 어느 것 하나 바뀌지 않았다.
전쟁은 끝날 것인가? 정치적으로는 답이 “그렇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유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는 시장이 “종전을 위한 협상”과 “공급 차질의 해소”를 언제 구분하기 시작하느냐에 달려 있다. 합의가 체결되고 유조선들이 다시 전쟁 이전 규모로 해협을 통과하기 전까지, 11월 4일의 하락은 추세가 확인된 것이라기보다 위험 프리미엄이 한꺼번에 해소된 움직임에 더 가깝다.